아카이브

너의 거실 Your Living Room
이 작품은 과거의 만안각수영장 부지의 인도변 축대에 설치되었다. 작가에게 있어서 안양예술공원 (구, 안양유원지)은 유년과 청년기의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안양유원지와 공유했던 작가의 기억 공간 속의 만안각 수영장 모습은 이미 철거된 채로 과거의 흔적을 반추할 수 없도록 폐허처럼 변모한 상태였다. 천대광 작가는 이 장소를 선택하여 과거 자신의 유년기 기억을 새롭게 소환하면서 마치 자신 만의 비밀의 장소를 만들고자 했다. 그는 이 작품을 구상하면서 작품제작의 동기를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작품의 제목은 그레고리안 챈트에서 차용했다. 중세의 무기력한 인간은 절대적인 신에 대한 믿음에 기대어 살았고, 현대 사회에서 신은 자본으로 대체되었다. 현대인의 자아상실감이 풍요로운 물질공간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철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자아성찰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질적 진화의 속도에 정신적 진화의 속도가 맞춰지지 않으면 그 차이만큼의 고통이 발생한다.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으며,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과 삶 속에서 항상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한다. 고통은 불행이며 개체 불행의 합은 사회문제가 된다. 작품은 관객에게 제공되는 하나의 장소이다. 그 의미는 관객 스스로 부여한다.
 작품 설치장소는 구 만안각수연장 잔해다. 개인적으로 안양예술공원인 구 안양유원지의 많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유년과 청년기의 많은 시간이 그곳에서의 추억으로 채워져 있다. 세월은 풍경의 변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인간은 빠른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한국인은 낡고 오래된 기억들에서 견딜 수 없는 아픔을 유추해 내는 듯하다. 새것이라면 기억과 추억의 아련함에서 묻어오는 향수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쉽게 잊을 수 있다는 말인가? 아마도 한국의 현대인들에게 그 부분은 돈으로 치환할 수 있기 때문일까?
 모든 것이 폐허가 됐다. 안양유원지와 공유하고 있던 나의 유년기 기억의 공간은 비참할 정도로 망가지고 해체되고 폐기되어버렸다. 만안각수영장의 잔해는 유일하게 나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소환할 수 있는 장소다."
 이러한 지점에서 우리는 천대광 작가의 작품 제작의도와 존재가치를 동시에 간파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관객에게 제공되는 '하나의 참여적 성소'로 기능하지만, 그 안에서 추수하게 될 다양한 의미는 관객 스스로의 몫으로 남겨 놓고 있다. 천대광 작가는 구 만안각수영장 터의 도로변 철거 잔해지를 대상으로 관객이 직접 참여하며 경험할 수 있는 체험적 설치작품이 되도록 작품구상을 했다. 그는 그간 여행을 통하며 수집한 건축물 사진을 모티브로 여섯 개로 분할된 작은 방들을 설계했다. 천대광 작가에 의하면, 여행을 통해 주의 깊게 경험한 것들은 시간의 궤적에 대한 가치부여의 의미에 관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피력하고 있다.
 거의 모든 아시아대륙은 유럽이나 일본의 식민지였다. 식민지의 지배자들은 그들의 문화방식을 고수하기 위해 식민국가에 자신들의 방식으로 건축물을 축조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기후적 특성과 그로 비롯된 재료적 측면과 건축양식에서 완벽하게 그들의 방식을 옮겨놓을 수는 없었을 것이고, 이주문화와 원주민문화의 교묘한 건축적 이종결합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수집된 건축물의 샘플들은 부분적으로 차용되고 결합되어 새로운 건축물로 탄생하게 된다. 그렇게 탄생한 각 부분들은 독립적으로 구축된 건축물이 아니라, 주어진 설치현장의 장소적 영향을 받으며 상호 구조적 소통을 하게 된다. 설치작품의 형태, 크기, 재료 등도 장소에 반응하여 디자인된다. 마치 다른 기후조건에 이식된 외래종의 식물들이 현지에 적응하여 새로운 종으로 변이하듯이... 관객은 설치작품 내부에서 쉬고, 음료를 즐기거나 주어진 시설을 이용하게 되고 국적을 알 수 없는 건축적 이종교배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건축적 구조로 설계된 공간들은 인간의 의식주인 일상생활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 거실, 서재, 응접실 등을 연상할 수 있는 여러 개의 공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공간 내부에는 탁자, 의자, 식탁, 조명등과 같이 일상적인 공간과 연관된 용품이 전시되고 실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벽면에는 자신이 디자인한 건축과 관련된 출력물 액자가 전시되어 있고, 실제로 이 곳에 머물면서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낮에는 대중에게 개방되어 사용되다가 안전문제로 인해 밤에는 비록 폐쇄되지만, 실내에 설치한 조명등이 붉을 밝힘으로써 작품 전체가 하나의 집처럼 연상되도록 하였다.
 천대광 작가는 뮌스터조각프로젝트로 유명한 독일 뮌스터 아카데미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설치작품과 공공미술과 관련한 활발한 작가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그는 공공예술에 관한 독일의 세례를 받았으나 자신 만의 독자적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모색들을 시도해 왔다.
 그는 무엇보다 나무로 공간을 다루는 데 있어서 천부적인 소질을 지닌 작가라고 평가받고 있다. 이번 APAP6 커미션작인 <너의 거실(Your Livingroom)-생의 한 가운데 우리는 죽음 속에 있다네>도 그의 작업실에서 모든 설계, 제작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장소특정적인 관점에서 정글처럼 야생적으로 자리고 있던 아카시아 나무들을 베어내거나 그 작품의 일부로 남기면서 현장에서 조립작업을 시도한 결과체이다. 그의 제목처럼 이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우리의 삶 속에서 일상적인 방문을 허용하면서 스러지고 퇴색하는 가운데 만안각수영장 부지의 장소성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부재의 증명'을 새롭게 각인시켜 주게 될 것이다.
  • 규모일시적, 일회성
  • 타입일시 또는 갤러리 설치
  • 재료혼합매체, 설치
관련 인물
관련 기록물
  • 자료가 없습니다.
관련 출판물
  • 자료가 없습니다.
관련 소장 도서
  • 자료가 없습니다.
관련 Finding Alds
  • 자료가 없습니다.